NATO, EU, 그리고 US : 무인전 중심으로 조달·훈련·산업·군 조직을 재편하다
2026년 앙카라 NATO 정상회의 방위산업 포럼에서 국방 관계자와 산업계 대표들이 NATO의 ‘Drone Edge’ 구상을 논의하고 있다. NATO는 대드론 투자와 훈련, 산업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출처: NATO
지난 10여 년 동안 드론은 국방정책에서 다소 특이한 위치를 차지했다. 군은 드론을 구매하고 시험하며 실전에 투입했지만, 무인체계는 여전히 항공기·함정·기갑부대·미사일을 중심으로 구성된 군 조직에 추가되는 전력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험은 각국 정부에 더 어려운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즉, 드론은 기존 전력구조에 덧붙이는 전문 장비에 머물지 않고, 전투의 경제학과 조달속도, 훈련체계, 군용·민간 공역의 관계, 방위산업의 생산 방식 등에 까지 변화를 주고 있다.
이제 전장의 변화에 따라 정책이 따라 변하기 시작했다.
NATO, 실험에서 동맹 차원의 정책으로
이러한 변화는 7월 앙카라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났다.
‘Drone Edge’ 구상에 따라 동맹국들은 향후 5년간 대드론 역량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2027년 말까지 드론 운용자 양성 규모를 다섯 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NATO는 동맹 요구조건과의 적합성이 이미 시험된 체계를 각국 정부가 더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대드론 장비 거래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변화는 제도적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드론 전쟁을 긴급한 기술 실험의 연속으로만 다루던 단계에서 벗어나, 동맹 전체가 무인전을 지속할 수 있는 조달·훈련·산업 기반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는 드론 자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같은 정상회의에서 출범한 ‘Innovation Scale-Up Package’는 유망한 기술이 실제 작전역량으로 전환되는 시간을 줄이는 데 목적을 둔다. NATO는 산업계에 더 명확한 수요를 제시하고, 기존 방산업체 이외의 공급자에게 조달 경로를 개방하며, 기술기업과 제조역량을 연결하는 ‘NATO Engine’을 추진하고 있다.
NATO가 해결하려는 제도적 문제는 익숙하다. 현대 국방 조직은 수개월마다 바뀌는 기술의 요구조건을 정하는 데 수년을 소비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속도 차이가 초래하는 비용을 보여줬다.
정책의 과제는 전장의 수요와 산업계의 실험, 군의 조달 사이에 놓인 거리를 줄이는 것이다.
조달은 더 빠르게, 그리고 더욱 모듈화된 형태로
대드론 조달은 이러한 새로운 접근을 시험하는 초기 사례다.
7월 NATO 지원조달청(NSPA)은 공통 지휘통제 기반을 사용하는 전술·전개형 대드론 체계에 대해 다섯 건의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공급자의 폐쇄형 체계를 구매하는 대신, 레이더·전자광학 센서·무선주파수 탐지기·전자전 장비·물리적 요격수단을 조합하고 기술 발전에 따라 교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는 미묘하지만 조달 철학에 있어서 중요한 변화이다.
전통적인 국방사업은 수십 년 동안 운용할 플랫폼에 정부를 묶어두는 경우가 많다. 반면 대드론 전장에서는 모듈화와 짧은 개량주기, 전체 체계를 다시 구축하지 않고 구성품을 교체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10월 1일에는 NATO의 국방혁신 프로그램 DIANA 산하 ‘Rapid Adoption Service’가 동맹 6개국의 대드론 기업 7곳과 역량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이러한 접근을 확대했다. 해당 기술은 혁신 프로그램 안에 머무르지 않고 작전환경에서의 실험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실험과 실제 조달 후보를 나누던 경계선이 좁아지고 있다.
소규모 국방기술 기업에는 이러한 변화가 국방예산 증가만큼 중요할 수 있다. 유용한 체계를 발명하는 능력보다 성공적인 시연을 군 계약으로 연결하는 제도적 장벽이 더 큰 장애물이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NATO는 이제 그 간극을 줄이려 하고 있다.
유럽, 드론을 공동 방위사업으로
유럽연합도 다른 제도적 경로를 통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9월 28일 EU 회원국들은 첫 번째 *’유럽 공동이익 방위사업’ 5개 사업을 공식 승인했다. 여기에는 참여국 간 상호운용 가능한 무인·대무인체계의 개발과 생산 확대, 배치를 조율하는 ‘Drone and Counter-Drone European Resolve’, 즉 DECODER가 포함됐다.
(* 1. DECODER (Drone & Counter‑Drone), 2. Integrated Maritime and Seabed Defence (IMSD), 3. SPACE, 4. EU‑FIAMD (Air & Missile Defence), 5. Eastern Flank Watch (EFW), 편집자 주.)
DECODER에는 EU 회원국 26개국과 노르웨이, 우크라이나가 참여한다. 일찌기 유럽위원회는 이를 위한 예산으로 2033년까지 약 35억~50억 유로를 추산하여 제시하였고, 유럽방위산업프로그램에서는 5개 공동이익 사업 전체에 총 3억 2,500만 유로를 초기 예산으로 배정됐다.
이 사업의 핵심은 제도적 통합이다. 유럽에는 드론 기업과 센서 제조업체, 대드론 신생기업이 부족하지 않다. 다만 지속적인 약점은 분절된 시장이었다. 국가별 요구조건과 별도의 조달체계, 호환되지 않는 표준, 산업적 규모를 확보하기 어려운 소량 생산이 문제였던 것이다.
2026년 9월 28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국방장관 회의. 회원국들은 DECODER 드론·대드론 구상을 포함한 공동 방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출처: 유럽연합 이사회 / © European Union, 2026.
다시 말해서 DECODER는 여러 국가의 시장을 유럽 차원의 역량 생태계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우크라이나의 참여는 이 사업에 독특한 성격을 부여한다. 유럽 정부들은 자금과 산업 생산능력, 대규모 조달사업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고 우크라이나 기업들은 실전에서 반복적으로 개량한 기술을 제공한다.
이 관계가 지속된다면 유럽의 국방 조달은 순차적인 개발·구매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장 경험이 산업 개발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유럽의 제조 기반이 검증된 설계의 대량생산을 뒷받침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드론 위협, 군과 민간의 경계를 넘다
드론은 전통적인 국방의 경계 안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정책적 난제를 만든다.
군 지휘소로 접근하는 적대적 드론은 명백한 군사 문제다. 그러나 같은 기체가 공항·정유시설·컨테이너항·발전소·해양플랫폼·대규모 행사장 주변에 나타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누가 탐지하고, 누가 법적으로 이를 방해할 권한을 가지며, 어떤 상황에서 파괴할 수 있는가?
유럽위원회의 2026년 ‘드론 및 대드론 안보 행동계획’은 이러한 문제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대상은 공항과 외부 국경, 공공장소, 핵심 기반시설에 걸쳐 있으며, 민군 협력 강화와 탐지·대응 방식의 공동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작전상의 경계는 이미 흐려지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서는 범죄조직의 소형 무인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미 육군이 레이더와 자율 사격체계, 요격드론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 관계 당국은 최근 한 달 동안 수백 건의 침입을 기록했으며, 상당수는 밀수와 불법 거래를 위한 감시활동과 관련됐다.
전통적인 공중전은 아니지만, 사용되는 센서와 소프트웨어, 대응수단은 전장용으로 개발되는 체계와 점점 닮아가고 있다.
해상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상선과 해양 에너지시설, 항만은 과거 주로 군 기지와 해군 함정에 집중됐던 드론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대드론 정책은 군 조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전쟁을 위해 설계된 기술을 민간 공간의 방어에 사용할 때, 이를 어떻게 통제하고 운용할 것인가?
이는 앞으로 이 분야의 핵심 규제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훈련, 전략적 병목으로 떠오르다
드론 경쟁에 관한 논의는 대체로 장비에 집중된다. 그러나 인력을 늘리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다.
NATO가 2027년 말까지 드론 운용자 양성 규모를 다섯 배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일찍 경험한 제약을 인정한 것이다. 저렴한 기체는 비교적 빠르게 생산할 수 있지만, 숙련된 운용자와 정비인력, 임무계획 담당자, 대드론 전문가는 그렇게 쉽게 확보할 수 없다.
자율성은 이러한 부담을 일부 줄일 수 있지만 없애지는 못한다. 한 명의 운용자가 여러 체계를 감독하게 되면 필요한 역량의 성격이 달라진다. 임무 소프트웨어와 센서 데이터, 전자전, 자동화된 권고, 자율성이 높아지는 기계의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
방어 분야의 훈련은 더 까다롭고 복잡하다. 대드론 인력은 레이더 항적과 무선주파수 탐지정보, 전자광학 영상을 해석하면서 수초 안에 재밍·기관포·요격드론·미사일 가운데 대응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장기간의 교육주기를 전제로 설계된 군 조직은 한 차례 파병 기간에도 작전기술이 여러 번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
조달체계와 마찬가지로 훈련체계도 더 유연해져야 하는데 그 이유는 장비의 변화 발전이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정책이 국방정책이 되다
드론 전쟁은 정부와 방위산업 기반의 관계도 바꾸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서방의 조달은 긴 개발주기를 거쳐 생산되는 소수의 고성능 플랫폼을 선호했다. 새롭게 형성되는 무인체계 시장에는 이와 병행할 다른 산업 모델이 필요하다. 더 저렴한 체계와 대규모 생산, 빈번한 소프트웨어 갱신, 생산을 지속하면서 제품을 재설계할 수 있는 공장이 요구된다.
최근 NATO 정책이 전통적인 조달방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이유이다.
‘Innovation Scale-Up Package’는 민간 자본과 제조역량, 기존 방산업체 이외의 공급자에 대한 접근을 명시적으로 다룬다. ‘NATO Engine’은 유망한 기술을 보유했지만 공장 생산능력이 부족한 기업과 대량생산이 가능한 제조업체를 연결하는 데 목적을 둔다.
국방정책이 장비 구매를 넘어 산업의 구조 자체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정부들이 현지 생산과 우크라이나 기업과의 합작, 국경을 넘는 공급망을 장려하는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목표는 단순히 장비를 구매하는 데 있지 않다. 장기적인 분쟁에서 소모되는 장비를 보충할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드론과 요격수단이 수십 대가 아니라 수천 대씩 소모되는 상황에서는 생산능력이 단순한 사업상의 조건에 머물지 않는다. 군의 준비태세를 구성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 자율전을 위한 군 조직을 만들다
미국은 자율성을 군 지휘구조에 반영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9월 30일 미 국방부는 자율·로봇체계와 드론, 인공지능을 담당하는 4성급 사령부 ‘Autonomous Warfare Command’, 즉 AutoWarCom의 창설계획을 발표했다.
AutoWarCom의 설립은 자율전을 개별 체계의 기술적 기능이 아니라 군 전체의 조직적 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자율성·로봇·AI를 전담하는 4성급 사령부를 통해 미 국방부는 이러한 역량이 장기적으로 교리와 예산, 전력구조를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전담 사령부는 각 군과 획득 조직에 분산되기 쉬운 실험과 작전개념 개발, 체계 통합의 권한을 모을 수 있다. 자율성을 기술사업에서 제도적 우선순위로 끌어올리고, 새로운 역량을 운용하기 위한 군의 준비 방식을 재편하는 것이다.
이 결정의 영향은 미국 밖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군사국이 전담 사령부를 만들면 다른 국가들도 드론과 자율체계에 대한 책임을 공군·육군·해군·정보기관·획득 조직에 계속 분산시킬 것인지 검토하게 될 것이다.
기술의 변화와 함께 군 조직의 지도도 바뀌어 갈 것으로 보여진다.
표준화, 혁신만큼 중요해지다
드론 혁명에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레이더가 생산한 데이터를 다른 기업의 지휘체계가 이해하지 못하면 광역 방어망에 기여하기 어렵다. 요격수단이 동맹국 센서로부터 표적정보를 받지 못하면 활용도가 떨어진다. 국가마다 데이터 형식과 식별 절차, 지휘 인터페이스가 다르면 자율 플랫폼을 다국적 작전에 투입하기도 어렵다.
경쟁의 목표는 더 빠른 드론이나 더 뛰어난 요격수단을 발명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기업과 국가가 만든 체계를 함께 작동하게 하는 데 있다.
NATO가 개방형 구조와 상호운용성을 산업전략의 중심에 두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산업계 접점인 ‘Front Door for Industry’와 ‘Innovation Scale-Up Package’, 신속 도입 절차는 기술이 실제 배치 가능한 역량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도적 마찰을 줄이려는 목적도 갖는다.
새로운 요격체계나 레이저에 있어서는 표준은 다소 평범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연합 작전에서는 그 표준이 있어야만 그 어떤 무기라도 하나의 일관된 네트워크 안에서 실제로 운용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
기계의 속도로 다가오는 위협, 교전규칙을 바꾸다
속도는 기술만이 아니라 권한 구조와 판단 체계에도 압박을 가한다.
9월 말 폴란드는 그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10월부터 바르샤바는 공중 위협과 교전하기 전에 조종사가 육안으로 표적을 식별 확인해야 한다는 기존 요건을 폐지하는 새로운 방공 절차를 도입했다.
논리는 불편하지만 분명하다. 압축된 시간축 속에서 접근하는 드론과 미사일을 상대로, 오인 교전을 줄이기 위해 설계된 절차가 오히려 대응을 지연시켜 목표가 지나치게 가까워진 뒤에야 반응하게 만든다면 그것 자체가 작전 위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 위험도 똑같이 현실적이다. 9월 리투아니아 상공에서 발생한 의심 드론 사건은 빌뉴스 공항을 일시 폐쇄시키고 NATO 전투기를 출격하게 만들었지만, 레이더 반향은 결국 새 떼로 확인되었다.
속도는 자동화의 가치를 높이고, 불확실성은 오판의 비용을 키운다.
정책적 난제는 인간 통제와 기계 통제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군은 어떤 결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지, 어떤 단계는 인간의 확인이 필요한지, 신뢰도는 어떻게 표시해야 하는지, 그리고 기계의 권고가 치명적 결과를 낳았을 때 법적 책임이 어디에 놓이는지를 규정해야 한다.
교전규칙, 식별 표준, 지휘 권한은 이제 알고리즘과 하드웨어와 함께 자율체계 논쟁의 일부가 되고 있다. 반응 시간이 더 짧아지고 무인체계가 더 많은 수로 운용될수록 이 질문들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AiSS Assessment: 드론 전력은 제도적 역량으로 확장되고 있다
드론 전쟁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제 전장 밖에서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
NATO는 무인전을 중심으로 조달과 훈련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드론과 대드론 체계를 다국적 산업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미국은 자율전을 위한 4성급 사령부를 창설 중이다. 각국 정부는 교전규칙을 개정하고 민간 기반시설을 대드론 계획에 포함시키며, 전통적인 획득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의 생산을 방위산업에 요구하고 있다.
드론 시대의 상당 기간 동안 기술은 제도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이제 그 간극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음 단계에서 우위를 차지할 국가는 반드시 가장 뛰어난 개별 드론을 발명한 국가만은 아닐 것이다. 기술이 다시 바뀌기 전에, 혁신을 교리와 생산, 훈련, 법적 권한, 작전 통합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전장의 우위를 결정할 것이다.
드론 경쟁은 제도적 역량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제도는 시제품처럼 하룻밤 사이에 다시 설계할 수 없다.